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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ttp://tracezone.com/blog/entry/기획은-나머지를-깎아-내는-것


1980년대 후반, 지금은 이미 각각 40대와 30대 후반인 최재성과 최수지가 열연한 <사랑이 꽃피는 나무>라는 대학생 주인공 드라마가 있었다. 당시 공전의 히트를 쳤던 이 드라마에서 나는 두 가지 장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. 하나는 대학생들이 학사 주점에서 노래를 부르며 끝나던 장면이었는데 당시 '아침이슬'을 불렀던 걸로 기억한다. 이 노래는 당시에는 소위 운동권 노래였다. 또 다른 장면 하나는 최재성이 미술학도였던 최수지에게 건들거리며 소위 뻐꾸기를 날리던 장면이었다.


그들은 대화 중에 조각상을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. 누가 먼저 한 이야기인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,


"조각을 생각하고 그걸 깎는 게 아니야. 원하는 모양을 제외한 나머지를 깎아 내면 되는 거야."


당시 10대 후반이었던 내게 이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고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. 생생히 남아 있다면서 누가 한 이야기인 지 기억도 못하는 건 순전히 내 어리석음이다. 어쨌든 그들의 이야기는 폼이 나기도 했지만 철학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이야기였다.


나는 일을 할 때 늘 완벽함을 추구하려 노력했다. 그 완벽함에서 조금이라도 벗어 나는 것은 과감히 쳐내야 속이 후련했다. 그렇게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사람들을 괴롭혔다.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나도 상처 받은 후에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. 어떤 모양을 만들기 위해 조각을 만드는 것은 늘 만족스럽지 못하다. 하지만 어떤 모양을 남겨 두기 위해 나머지를 버리는 것은 늘 즐거운 경험이었다. 내가 원하는 조각을 만들기 위해 이상적인 것을 기준으로 현실을 다듬는 것은 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. 그러나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것 이외의 것을 포기하는 것은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.


왜냐면 버려야 할 것 대부분은 내 욕심과 아집이었기 때문이다.


나는 리더로서, 책임자로서, 선배로서 너무나 욕심이 많았다. 나무 한 덩이에서 아름다운 조각을 만들어 내기 위해 내가 원하는 모습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불필요한 부분을 찾아 깎아 냈다. 그러다 정말 필요한 것도 잘라 내 버리고 왜 이런 꼴이 나왔을까 상심하곤 했다. 만약 내가 나무 덩이 속에 이미 완성된 조각이 있음을 알았다면 나는 완성된 조각 이외의 것을 떼어 내려 노력했을 것이다. 그 원래의 나무 덩이 속에 있는 조각에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 조심 스럽게 주변을 제거해 나갔을 것이다.

Posted by 트레이스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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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친절한 웬디양~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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